- 이강인 데리고도 8강에서 떨어졌는데…'투잡 요구' 축구협회, 올림픽 예선이 쉬워보이나
- 출처:스포티비뉴스|202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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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모든 위험부담을 감독 한 명에게 전가한다. 현 상황을 누구보다 가볍게 생각하는 건 바로 대한축구협회다.
축구협회가 난파선 A대표팀의 임시 감독으로 황선홍 올림픽 축구대표팀 사령탑을 앉혔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과 대표팀을 모두 지도했던 허정무,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및 베이징 올림픽 예선을 국가대표팀과 함께 담당했던 핌 베어백 감독 이후 24년 만에 부활한 A대표팀-올림픽팀 겸직 촌극이다.
축구협회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후임으로 ‘정식‘이냐 ‘임시‘냐를 두고 여론과 첨예하게 대립했다. 정해성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의 주재 아래 3차 회의까지 진행한 결과 임시 체제를 결정했다. 태국전 결과가 월드컵 본선행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기에 급할 필요가 없다는 축구팬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번 태국전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실패로 흐트러진 대표팀을 추스르고, 축구협회가 정상적인 과정을 밟아 차기 감독을 선임하는 시간을 버는 쪽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어느 때보다 결과 부담이 적은 상황이라 경험을 갖추고 현직이 아닌 지도자에게 위기를 극복해달라 당부하는 그림이 이상적이라는 중론이다.
축구협회도 논의 끝에 팀이 없는 지도자로 의견을 모았다. 정해성 위원장도 "A매치 2경기를 위해 K리그 현직 감독을 선임하는 것은 무리다. 주어진 시간을 생각했을 때 외국인 지도자는 맞지 않다. 때문에 축구협회 소속이거나 경험이 많지만 현재 팀이 없는 지도자가 맡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라고 설명했다.
그래놓고 최종 선택은 올림픽 대표팀을 맡고 있는 황선홍 감독이었다. 오는 4월 파리 올림픽 본선 티켓을 건 23세 이하(U-23) 아시안컵을 대비해 마지막 담금질을 고민하는 황선홍 감독에게 쉽지 않은 임무를 떠넘기는 걸 택했다. 황선홍 감독의 지도 역량을 차치하고 결과가 전부인 올림픽 예선을 앞둔 지도자에게 A대표팀까지 맡아달라고 요구하는 건 상식 밖이다.
굳이 무리한 선택으로 축구협회가 앞장서 올림픽 준비에 차질을 빚게 만든다. 카타르에서 열리는 올림픽 예선을 대비해 기껏 3월 중동에서 열리는 친선대회를 잡았는데 태국전으로 인해 황선홍 감독의 지휘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올림픽 대표팀은 황선홍 감독 없이 중동에서 최종 모의고사를 진행한다. 황선홍 감독은 이전부터 "카타르가 낮에는 꽤 더울 것이다. 현지 오후 4시 경기가 일부 있다. 현지 환경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라며 사전 점검을 중요하게 여겨왔다. 가장 중요한 대목을 체크하지 못하고 올림픽 예선에 나서게 됐다.
그만큼 축구협회가 올림픽 예선을 가볍게 보고 있다는 지적이 따르는 이유다. 그동안 한국 축구는 9회 연속 올림픽 본선에 진출했다. 1988 서울 올림픽을 시작으로 직전 도쿄 올림픽까지 늘 참가했다. 성적만 보면 당연하게 여기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당장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도하 참사를 겪으며 아시아 국가들의 전력이 상향 평준화된 걸 확인한 상황에서 파리행까지 낙관하기란 쉽지 않다.
이번 예선 대진운도 수월하지 않다. 한국은 일본, 중국, 아랍에미리트(UAE)와 한 조에 편성됐다. 조 2위 안에 들어야 8강에 진출한다. 최종 3위 안에 들어야 올림픽에 직행하며, 4위를 할 경우에는 아프리카 팀과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다.
황선홍 감독은 이미 이 대회에서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U-23 아시안컵에 출전해 8강에서 탈락했다. 그것도 2살이나 어린 일본에 0-3으로 크게 패해 상당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황선홍호는 마요르카에서 뛰던 이강인, LASK의 홍현석 등 유럽파를 가동하고도 4강에 들지 못했다.
그때야 걸린 게 없었다지만 이번 대회는 다르다. 만에 하나 같은 결과가 반복되면 한국은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 이미 실패한 경험이 있는 대회라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하는데 황선홍 감독에게 이중으로 부담을 더하는 조직이 다름아닌 축구협회라 실망스럽다.
축구협회의 제안을 받아들인 황선홍 감독은 "어려운 상황에 전력강화위원회에서 협조 요청이 왔을 때 고심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상황에 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고심 끝에 결정을 내렸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서 “정말 최선을 다해 한국 축구가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냉정하게 황선홍 감독은 태국전 2승과 올림픽 진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본전이다. 자칫 올림픽 진출에 실패하면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어렵게 회복한 신뢰를 모두 잃게 된다. 향후 지도자 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다. 축구협회는 방패를 자처하는 조직이 아니다. 최고 결정권자조차 논란이 생기면 뒷짐지기 바쁘다.
그러나 비상식적인 겸임 강요로 올림픽 준비에 브레이크를 건 쪽은 축구협회인 게 자명한 사실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러고도 실패할 경우에는 정몽규 회장의 책임있는 사퇴도 뒤따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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